카펜터스가 활동했던게 1983년이 마지막이었으니 제가 막 걷고 뛰고 할 때 비운의 사건으로 활동을 마감했네요. 개인적으로는 어딘가에서 나오던 음악이 좋아서 찾아 듣기 시작했는데요. 대학 시절에 PC방에 밤샘하면서 은은하게 틀어 놓고 했었는데 PC방 주인 아저씨가 대학생이 이런 노래 듣냐면서 좋다고 서비스를 챙겨 준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카펜터스 음악만 나오면 대학 시절에 피폐했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카펜터스는 캐런 카펜터(Karen Carpenter)와 리차드 카펜더(Richard Carpenter) 남매로 구성된 듀오 가수입니다. 14년동안 활동했는데 캐런이 거식증으로 생을 마감하는 바람에 당시 사회에서 섭식 장애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카펜터스의 앨범은 현재까지 1억장 이상이 팔렸습니다.
저만 해도 그렇지만 캐런의 구슬 굴러 가는 목소리 때문에 노래가 유명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그 이면에는 당대 음악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던 리차드가 있습니다. 당시, 트렌드가 헤비락 계통이었는데 그 와중에 클래식한 베이스에 화음을 중시하는 음악을 했으니 대담하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비치 보이스(Beach boys)와 더마마 앤 더파파스(The Mamas & the Papas)와도 종종 비교를 하곤 합니다.
제가 듣기로는 그렇게 쥐어 짜는 목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성대를 붙여서 쥐어 짜내는 소리를 주로 낸다고 하네요. 음역대 자체가 낮아서 노래도 낮은 음역대를 위주로 구성을 했구요. 일반 가수들은 성대를 쥐어 짜내면 목이 상하기 때문에 힘들어 하는데 캐런은 특이하게 그걸 소화했다고 합니다. 사실, 음역대로 치면 3옥타브 정도는 소화할 수 있는데 저음역대가 강하기 때문에 그런 곡들 위주로 편곡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리차드는 여러 건반 악기로 편곡을 했고 캐런은 활동 초기에는 드럼을 연주했는데요. 문득, 레트로 음악을 잘 소화했던 원더걸스가 생각나네요. 난데없이 드럼을 담당하고 등장했던 유빈처럼 캐런은 노래를 할 줄 아는 드러머로서 자리를 잡으려고 했으나 공연을 거듭할 수록 메인 보컬로 자리를 굳히면서 드럼을 버리고 무대의 중심에서 노래 위주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도, 드럼에 대한 애정을 놓치지 않아서 콘서트에서도 자주 연주를 했다고 합니다. 드럼을 치기 시작한건 고등학교 때부터였는데요. 제 적성인 듯 쉽게 치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Carpenters라는 이름은 캐런이 미성년자일 때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려다 보니 Carpenters 일가라는 의미에서 사인을 하기 위해서 처음 시작됐다고 합니다. 이후 the carpenters로 가도 되는데 Carpenters라고 간 것은 그냥 쿨해 보여서라고 하네요. 앞에 정관사 'the'가 빠지니까 Carpenters가 그야말로 고유명사화되는 느낌이 있어서 그렇게 했던 것 같습니다. 제일 처음 계약한 A&M레코드사에서는 앨범 제작을 위해 전적인 자유를 보장해 줬습니다. 첫 앨범 'Offering'은 크게 성공하진 못했구요. 두번째 앨범을 제작할 때 리차드에게 'Close to you'를 편곡해 보라고 줬는데 그렇게 리차드의 손을 거친 노래가 나와서 결국 1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이후에 'Top of the world', 'Yesterday Once More' 등 다 나열할 수도 없는 주옥같은 곡들을 남깁니다.
캐런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은 주요 사인 중에 하나가 이페칵 시럽 남용으로 인한 심독성, 심신 쇠약이었는데요. 중요한 약물을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리처드 카펜터는 70대의 할아버지로 잘 계십니다만 캐런의 요절이 많이 아쉽습니다. 언제 들어도 한결같이 매력 있는 카펜터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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