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처음 시작하게 되는 사람에게 닥치는 운명은 대략 2가지로 압축이 됩니다. 일시적으로 돈을 벌었다가 심하게 손해 보고 나오는 경우, 일시적으로 손해를 보고 다시는 안 쳐다 보는 경우. 두 가지 모두 결과적으로는 돈을 잃게 되는 것인데요. 성공적으로 계속 돈 버는 분도 있지만 극히 드물어서 논외로 하겠습니다...ㅎ 일시적으로 돈을 벌었다가 심하게 손해를 보고 나오는 경우는 대개 상승장에서 시작하는 경우입니다. 일시적으로 수익이 나면 일반적인 사람의 마음이 100만원 투자했는데 50% 수익을 얻으면 1,000만원 투자해서 50% 벌면 이게 얼마야라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에 투자금을 늘이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상승장은 짧고 하락장과 조정장은 길게 다가 옵니다. 제가 투자를 시작한 이래 이렇게 일시적인 상승장과 폭락장을 두 번 봤는데요.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중국발 위기때였습니다. 2008년에는 정말 엄청난 폭락이어서 지금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이 만약 그 시절의 HTS를 봤다면 혀를 차고 다시 들어갈 생각을 못할 것입니다. 지수가 2,000을 찍고 더 가리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을 때 등장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연이은 금융위기는 전세계를 폭락장세로 몰아갔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경우는 800선까지 밀렸다가 지난한 회복을 했습니다. 2007년부터 시작해서 2009년까지 제대로 지옥을 맛봤죠. 2007년까지 뒤늦게 상승장에 올라탄 사람들은 2년동안 언젠가는 오르겠지하는 희망으로 버티다가 하나둘 포기했고 지수가 50% 이상 폭락한 지점에서는 제가 분명하게 기억하는데 거의 모든 주식의 당시 상하한가 제한선이었던 마이너스 15%를 찍고 있었습니다. 여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버티기 힘든 장이었는데요.

 저같은 경우는 원래 가진 돈이 얼마되지 않아 용돈벌이하는 기분으로 시작을 했고 큰 돈을 단기간에 벌기보다 제대로 된 투자 철학부터 정립하고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책을 보고 있었던 터라 책에서 배운 내용을 실험해 볼만한 장이라는 생각을 가졌었습니다. 문득 떠올랐던 것이 대중과 거꾸로 행동하라는 내용이었는데요. 그래서, 800선까지 빠지고 있을 때 ELW라는 고위험 파생상품에 300만원 정도를 투자했습니다. 당시에는 요즘처럼 증거금 1,500만원을 예치한다던가 교육을 받아야 된다는 규정이 없어서 소액으로도 투자를 할 수 있었는데 금융위기를 겪고 나서 몇 년 되지 않아서 규정이 생겼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설명하기로 하고 어쨌든 그 광기의 장에서 거꾸로 한 행동은 결과적으로 3일만에 100% 이상의 수익을 안겨 줬는데요. 어느 책에선가 봤던 것처럼 원금과 2배가 된 수익금을 합쳐 600만원 정도를 빼고 나머지 수익금 200만원을 알아서 굴러가 보라는 마음으로 남겨 뒀습니다. 운이 거기까지였는지 이 나머지 수익금은 급격히 쪼그라들어서 얼마 정도 남기는 선에서 정리했던 기억이 있네요.

 2011년 다시 2,200정도로 고점을 찍고 나서 단기간에 1,600선까지 빠지는 폭락이 있었는데요. 이렇게, 빠지고 나서 증시는 장장 6,7년을 2,000과 1,800선을 왔다갔다 하는 박스권 장세를 연출했습니다. 이 박스권 장세가 올해 위로 뚫리면서 오히려 또 손해보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는데요. 어차피 박스권 장세를 예측하고 선물옵션 그리고 제가 위에서 언급했던 ELW 등으로 증시의 방향에 베팅했던 사람들이 기존의 투자 틀에서 벗어나서 상승해 버리는 바람에 손실을 보게 된 것입니다. 펀드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도 같은 방식으로 2,100~2,200선만 오면 환매를 하는 바람에 해당 지수만 다가오면 상승동력을 상실하고 다가오면 상실하고를 반복했는데 그게 정권 바뀌고 뚫려 버렸네요. 그리고, 다시 펀드로 돈이 들어온다는 소식이 들려 옵니다. 주변에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소식이 들어오는 시점이지요. 대개는 이런 흐름은 요즘 삼성전자처럼 절대 내리지 않을 것 같은 맹렬한 기세를 몇번 뽐내고 나면 조정이 시작되는데요. 그런걸 예측하기에 앞서 투자 마인드로 가져 봐야할 5가지 원칙을 소개합니다.
 (1) 투자에 앞서 철저히 준비한다.
 (2) 경제적 해자를 찾는다.
 (3) 안전마진을 마련한다.
 (4) 오랫동안 보유한다.
 (5) 팔아야 할 때를 안다.
 투자에 앞서 철저히 준비한다는 기본적인 재무제표부터 경쟁자, 시장 등을 고루 살펴 보고 짚어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도, 빠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경제적 해자에 대해서는 예전에 한 번 다뤘던 적이 있는데 부동산에서 입지를 고려하듯이 다른 기업과 비교해서 경쟁우위를 지니고 있는지 말 그대로 해자를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해 봐야한다는 뜻입니다. 이 원칙으로 인해서 대개는 보수적인 투자자로 접어들게 됩니다. 변동이 심한 IT나 제약 등 기술 중심의 주식이 아니라 식음료, 배당주 등으로 눈길을 돌리게 되거든요. 안전마진을 마련하라는 것은 싼 가격에 사라는 의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번 다룬 적이 있는데 삼성전자처럼 널리 알려진 기업의 주식은 역사적 PER 흐름을 알만한 사람들은 지금의 가격으로는 사지 않을 것입니다. 잘 나가는 삼성전자도 일정한 흐름 속에서 왔다갔다를 반복해 왔거든요.
 오랫동안 보유하라는 것은 거래를 자주 해봤자 증권사 좋은 일만 시키기 때문입니다. 매수, 매도시에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이것도 언젠가 정리를 했던 적이 있는데 국가적으로도 세수의 약 2.5% 정도를 차지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꽤 괜찮은 수입이 발생합니다. 심지어, 이제 양도세를 만들자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그것마저 도입되면 거래를 반복할수록 수입은 쪼그라들 것입니다.
 팔아야 할 때를 알아야 합니다. 이 부분이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라 투자를 오래해 온 분들도 경우에 따라서 행동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일반적으로 훌륭한 주식은 너무 빨리 파는 반면, 손해 볼 주식은 너무 오래 가지고 있는 편이죠. 팔아야 할 때는 투자 결정에 실수가 있었거나 회사의 펀더멘털 자체가 악화되었거나 내재가치를 훨씬 웃도는 가격을 받고 있는가 등을 고려하여 판단할 일입니다. 다른 데서 더 나은 수익이 보장되어 있다면 이 또한 고려할 일이구요. 한 종목에 몰빵을 한 것이 아닌가도 위험을 감안하면 고려해야 할 일입니다. 주식에 대해서만 얘기했지만 비단 주식에만 국한된 내용은 아닌 것 같은 투자 원칙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투기임을 자인하면서 이 분야의 자타공인 1순위로 꼽히는 명인이 있습니다. 바로, 앙드레 코스톨라니와 조지 소로스입니다. 이들은 주식뿐만 아니라 외환, 채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의 기회가 있으면 놓치지 않고 수익을 올린 거물들인데요.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이른바 대마불사 전략으로 러시아 채권을 사들여 수십배에 달하는 수익률을 얻었던 투기자이기도 하고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와 같은 명언 제조기이자 동명의 책을 저술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금리 변화와 경기 순환의 등락을 달걀 모형으로 제시해서 최근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구요. 조지 소로스같은 경우는 워낙 악명이 높아서 일부 국가들의 환율 조작의 당사자로 지속적으로 지목되는 거물 중의 거물입니다. 우리나라 IMF도 배후에 태국 바트화를 공격한 조지 소로스로 인한 나비효과가 아니었나 하는 이야기도 있구요.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헝가리 출신입니다. 주식시장의 흐름에 대한 유명한 이론도 어떻게 보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목줄을 맨 개와 목표지점으로 향하는 것을 주식시장과 비교한 바 있는데요. 개는 왔다갔다 어지러운 움직임을 보이지만 결국 주인이 이끄는데로 목표지점까지 도달한다는 예로 주식시장도 같은 방식으로 결국에는 상승을 하지만 위아래로 부대낌이 있어 보인다는 설명을 합니다. 같은 방식으로, 조지 소로스는 재귀이론을 제시했는데요. 주식시장에 과매수, 과매도하는 구간이 있을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평균으로 근접해 간다는 이론입니다.

 이 모든 일의 배경에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은 바로 심리입니다. 결국에는, 사람이 그 가운데 있는 것입니다. 과매수, 과매도, 일견 상관없어 보이는 등락 모두가 사람의 심리로 인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 또 한 가지 있는데요. 바로, 철학을 전공했다는 점입니다. 조지 소로스는 비트겐슈타인과의 한 판으로 유명한 철학자 칼 포퍼의 제자이기도 합니다. 철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을 것이라는 것은 성급한 단정이기는 하지만 그 이해를 바탕으로 비슷한 형태의 투자에 관한 철학을 확립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투자와 투기의 구분에 대해서 알아 보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는 사실, 이 구분이 크게 유의미해 보이지 않는데요. 사람이 내로남불하는 심리로 내가 좋으면 좋고 내가 나쁘면 나쁘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앞서, 소개했던 보도 섀퍼의 구분에 따르면 주식은 투기인데요. 이 투기를 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기업의 발전에 대한 데이터를 배경으로 해서 장미빛 전망을 점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투자라고 간주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CEO의 일탈이나 국제 정세, 예기치 못한 상황 등으로 인해 반토막 혹은 상장폐지까지 당할 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2015년 주당순손실이 1만원에 육박하는 테슬라가 주당 40만원을 호가하는 현실을 보면 더욱 어디까지가 투기인가 고민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갭투자를 한 번 보겠습니다. 매수자는 전세가율이 80% 이상인 지역의 아파트를 장만하면서 1억을 지불하고 9천만원 전세를 놓으면서 1천만원을 투자해서 집 한채를 확보합니다. 2년이 지나서 재계약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지역 시세가 올라서 전세가를 2천만원 올립니다. 세입자는 한 숨 쉬고 모은 돈을 내어 올려 줍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시기 지역 시세가 떨어졌습니다. 세입자는 나갑니다. 그러면 세입자에게 9천만원을 돌려 줘야되구요.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만 9천만원에 맞춰지지가 않습니다. 시세가 떨어졌거든요. 8천만원에 내려서 세입자가 들어 옵니다. 이제 투자금은 2천만원이 됐습니다. 그 동안의 재산세 및 기타 유지비는 덤이구요. 언론에 널리 알려져 있는 비싼 지역이나 사람이 많이 살고 싶어하는 지역은 전세가가 계속 오르는게 당연합니다. 수요에 비해서 공급이 적으면 오른다는 경제 원리는 어디에나 적용이 되는 것이구요. 이런, 일부 구간에 국한해서 갭투자는 부동산 시장의 가격을 교란시키기 때문에 옳지 않다고 단죄해야 한다는 의견은 성급하다는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전세입자는 위험을 회피하려고 전세를 사는 것이고 임대업자는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 목적으로 사는 자연스러운 시장의 원리 내에서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시장이 과열이 되었다고 판단이 되면 당연히 제제 조치가 있어야할 것인데요. 그래서, 최근의 정부 정책이 나온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주식도 이런, 시장의 교란 가능성 때문에 여러가지 제제 방법을 가지고 있는데요. 개별 주식에서의 제제 조치는 상하한가입니다. 원래 15%였는데 최근에 30%로 바꼈습니다. 일일 변동폭이 30%에서 60%로 확대된 것이죠. 눈 딱 감고 하한가인 -30%에서 매수를 했는데 예기치 않은 뉴스 때문에 상한가로 마감이 됐다면 하루에 이동폭은 위로 30%이지만 실제 수익률로는 85%를 얻게 됩니다. 어마어마한 변동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 환경이 성숙해서 이럴 확률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예측을 했기 때문에 변경이 된 거겠죠. 전체 시스템적인 제제 조치에는 주식에는 서킷브레이커, 선물시장에는 사이드카가 있습니다. 서킷브레이커는 주식 전체 지수가 8% 이상 떨어지면 발동해서 20분간 거래가 중지됩니다. 그리고, 단계별로 적용해서 더 큰 변동이 있을 때에 또 적용이 됩니다. 사이드카도 비슷한 형식이구요.


 전세가의 상승은 반드시는 아니지만 매매가의 상승을 유발합니다. 전세를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것 자체가 수요가 많다는 뜻이기 때문에 전세가가 계속 상승하거나 매매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가 된다면 매매로 시장이 국면 전환되는 순간부터 가격이 뛰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전세가를 받치고 있는 갭투자자들로 인해서 부동산 시장이 교란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사실 이 전세가를 받치고 있는 것은 수요자입니다. 수요자가 사라지면 당연히 조정이 일어날테구요.

 현 정부의 정책 중 이를 노리고 있는 부분이 바로 외고 및 자사고 폐지라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입지를 평가할 때 교육, 환경, 교통 이 3가지를 주로 꼽고 환경에 추가로 상권까지 꼽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교육 수요를 없애겠다는 취지이기 때문입니다. 진짜, 이 정책을 추진하고 학교간 교육 수준의 차이가 평준화가 된다면 교육으로 인한 수요의 상실로 오는 가격 조정은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다만, 시장은 알아서 또 시장을 만들어가기 때문에 특목고를 없앤다고 해당 지역이 학군으로서의 위치를 상실할 리는 없을 것 같구요. 알아서 갈 길을 갈 것 같습니다.

 이렇게, 모든 투자 혹은 투기에는 위험이 수반됩니다. 정책에 따라서 급등락을 오갈 수도 있구요. 이것은 주식, 부동산, 외화, 채권 등 어떤 자산에 투자를 해도 똑같은 일입니다. 다만, 위험의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그래서, 부채비율을 중요하게 보는 것입니다. 이를 바꿔서, 금융권에서는 DSR이라는 이름으로 대출을 제한하려고 하지만 거꾸로 개인이 부채비율을 조절해 가면서 투자를 해야 할 일입니다. 그릇된 판단으로 인한 결과가 투자를 한 당사자에게 가게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선물시장에는 반대매매라는 것이 있고 부동산 시장에도 경매라는 시스템이 있는 것입니다.

 결국, 투자와 투기의 구분은 그 행위를 저지르는 당사자 안에 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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